결혼과 비혼

소송

이혼

<결혼과 비혼> 카테고리의 인기 기사

A의 탈혼기 1. 왜 결혼했었냐면

Jane Doe

이것은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 얘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이 일은 조금 복잡하다.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큰 굴곡이거나 상처였을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혹은 이것이 어리석은 선택의 말로라고 생각하며 내게 동정어린&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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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집에 없어요

김돌

한 때 주 90시간을 일한 적이 있었다. 간혹 새벽에 술 한 잔을 하고 퇴근하기도 했는데, 와이프가 기다려서 먼저 들어가겠다는 과장님에게 상무님은 "네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상 가족들은 희생하는 게 맞는 거야!" 라며 호통을 쳤다. 그렇게 일하다가 하루는 침대에 쓰러져 자면서 이대로 난 결혼도 할 수 없고 아기도 가질 수 없겠지 , 생각했다. 그 회사에 아기 엄마들은 극히 드물었다. 한 줌도 안 되는 아기 엄마들더러 다들 독하다고 했다. 그 드문 아기 엄마 중 한 분 밑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 이사님은 회의실에서 아이와 통화를 하고 돌아오면서 "난 정말 나쁜 엄마야" 라고 한숨을 쉬었고 나는 아니라고, 나는 밤 10시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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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고발 9. 나는 왜 남편을 ‘친절하게’ ‘가르쳐야’ 하는가

사월날씨

신랑이 요리는 곧잘 하는데, 하는 과정이 문제야. 신혼생활은 어떠냐는 물음에 친구가 답한다. “집에 있는 냄비란 냄비, 집기란 집기는 다 꺼내서 써.” 아하, 그건 뻔하다. 친구 남편은 분명 설거지를 안 할 것이다. “그러지 말라고 하면 또 삐져.” 휴, 가르치는 것도 일이다. “기분 좋을 때 말해야 그나마 듣는데 타이밍 맞추기가 어려워.” 친구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답답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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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고발 0. 나는 나를 잃고 며느리가 된다

사월날씨

남편과 처음 사랑을 말한 지 8년, 결혼생활은 3년이 넘어간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벌어진 틈 없이 촘촘하게 함께 해왔다. 일상을 나누고 곁을 지키는 것에 우선순위를 높게 둔 덕분이다. 그 시간 동안 서로를 자세히 알아가고, 상대 눈에 비친 자신을 알아왔다. 서로의 욕구를 파악하고, 채우기 위해 고민한다. 서로를 위해 궂은일을 하고, 안 좋은 습관을 고치려 노력한다. 누구보다 서로를 안쓰러워하고, 또 자랑스러워한다. 남편을 깊이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결혼제도로 인한 고통이 경감되지 않는다. 둘은 별개의 영역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 그리하여 누군가의 아내와 며느리가 되는 것은 당연한 듯 같이 따라가지만, 전혀 다른 성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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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하기 좋은 날 프롤로그. 30대, 여성, 비혼, 소속 없음

윤이나

평소와 같은 날은 아니었다. 문제의 전화가 걸려온 날, 나는 당시 살고 있던 망원동에서 한참 떨어진 강남의 한 아이엘츠 전문 어학원에서 오후반 수업을 듣고 있었다. 평소라면 일을 시작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시간에, 팔자에 없는 영어 논술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겨울에 아무 대책없이 일단 한 번 지원했던 영국의 대학원 몇 군데에서 봄과 함께 합격 연락을 전해왔고, 가을 입학을 위해서는 여름까지 영어 시험 성적을 제출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글쓰기라는 기술이라고 하기도 모호한 기술을 가지고 지금까지 잘도 버텨냈다 싶었던 즈음, 여기,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더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작정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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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여자가 되면 13. 살로 된 갑옷

김현진

그리고 나는 살인자가 될 뻔 했다. 내 소중한 친구를 죽이고, 부부강간까지 일삼은 남편이라는 작자가 이 세상에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피는 피로 갚아야 할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날카로운 칼을 하나 쥐었고, 친구 만나러 나가는 일도 없이 집돌이로 집에 있는 남편을 해하기 위해 오래 전에 뛰쳐나온 신혼집으로 돌아갔다. 합의 이혼을 위해 법원에 출석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 칼자루를 꽉 쥐고 현관문을 열었다. 치가 떨리도록 죽이고 싶었다. 이 인간의 생명 같은 것은 이 세상에서 소멸되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 인간이 쓰는 산소도 아까웠다. 그런데 일 년에 한번 친구를...

결혼고발 1. "며늘애가 그러라고 하디?"(상)

사월날씨

남편이 시부와 통화하던 중이었다. 나와 남편은 그날 저녁에 시부모와 만나기로 약속한 상태였고, 그와 관련해 무언가를 정하는 통화였을 것이다. 그때 별안간 거실에서 격양된 남편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이가 그러라고 해요?!” 남편의 항의 섞인 대답으로 인해 나는 간접적으로 시부의 발언을 알게 되었다. 어떤 문제였는지 구체적인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말만큼은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있다. 상세 내용이 기억에 없는 것을 보면, 그만큼 사소한 일이었을 테다. 그토록 사소한 일상에도 시부모는 며느리 탓할 구석을 만든다. 당신들 마음에 차지 않는 결정일수록 그렇다. 명확한 이유가 있어도 자꾸만 허공의 며느리를 노려본다. 남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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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탈혼기 2. 모든 것이 달라졌다

Jane Doe

놀랍게도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의 가족들은 조금 놀랐지만 어쩔 수 없다며 생각보다 쉽게 이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의 가족들 역시 생각보다 담담하게 이 모든 일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나는 내 인생에 없을 줄 알았던 상견례 자리에 안착했다. 미리 각자의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였지만 어쨌거나 불편한 자리였다. 몇 가지 형식적인 인사말이 오간 뒤 마침내 앞으로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양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요즘 세상에 남자가, 여자가 이런 말이 어디 있냐며 부담 갖지 말고 서로 편하게 맞춰가자고 했다. 분위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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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양의 대체 불가능한 '대체 이런 옷' - 3. 평생에 한 번이지 않은 웨딩드레스

김지양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릴 적, 일요일 아침이면 했던 드라마 ‘짝’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김혜수가 결혼식을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차례로 갈아입어 보던 장면을 말이다. 그녀는 커다란 장미꽃이 달린 드레스를 입고 빙글빙글 돌았고, 그 옆에서 엄마는 ‘우리 딸도 저런 예쁜 드레스 입고 시집가야 할 텐데’ 같은 말을 했다. 화사하고 하얗던 그 드레스들 덕분에 한동안 내 꿈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였고 내 스케치북은 드레스로 가득 찼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여러 꿈 사이를 지나쳐 왔고, 그날의 웨딩드레스도 점점 기억 속에서 흐려 져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12월의 첫째 주에 결혼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결혼생활에 대한 로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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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하기 좋은 날 1. 유니콘은 없다

윤이나

스스로를 비혼이라고 지칭한 것은 비혼이라는 단어를 안 직후부터다. 비혼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접하고, Miss 와 Mrs 의 세상에서 Ms 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성인이 되고나서였다. 이전까지는 미혼과 기혼, 결혼이라는 기준에 따른 두가지 기준만 존재하는 세상에 살았다. 이런 사회에서는 결혼은 당연히 언젠가는 하는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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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고발 3. 시가 스타트업

사월날씨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으레 반복되는 시모의 말이 있다. “김장을 좀 해야 할 텐데, 다들 나보고 날라리 시어머니래.” 시모는 평생 김장을 해본 적이 없다. 수십 년 넘게 할 필요 없었던 김장이 아들 결혼을 기점으로 시작해야 하는 무언가가 된다. 다행인 건 시모는 내게 같이 김장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위 말이 반복되는 걸 보면, 김장을 ‘시모의 역할’로 여기시는 것 같다. (나는 시모가 김장에 관한 의무감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러나 내가 정형화된 며느리의 역할을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모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도 반대한다는 걸 시모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모는 내게 줄 만한 부담과 아닌 부담을 구분하는데,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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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탈혼기 5. 나가 계시라고 할까요?

Jane Doe

그 상황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때 누구라도 엉망이 되어버린 집 모양을 보고 이 상황을 알아차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쓰러졌다는 사실에 집중했을 뿐 주변을 둘러볼 여유는 없어보였다. 난생 처음 들것에 올려졌다. 주변에 다행히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나를 알아볼까 두려워 몸을 바짝 웅크렸다. 그 모습을 보고 구조대원들은 놀라며 내게 물었다. “괜찮아요? 많이 아픈가봐요.” 우습게도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부끄러웠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더 깊이 몸을 웅크렸다. 마침내 들것에 눕혀진 내가 구급차에 올랐다. 제발 나는 나 혼자만 구급차에 타길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보호자’인 B를 나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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